예산을 자르는 사람과 자리를 추대하는 사람: 조직이 썩는 방식의 두 얼굴
Hatched by a010장인영
Jul 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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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늘 효율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책임을 피하는 장치다
예산이 한꺼번에 301억 원이나 삭감되는 장면은 늘 충격적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사태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누군가가 회의에 나오지 않고, 누군가는 자리를 선거가 아닌 추대로 채우려 할 때, 그 조직은 이미 결정의 비용을 외부로 떠넘기고 있다. 겉으로는 행정과 정치의 사소한 기술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 책임을 지는 사람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는다.
우리는 흔히 조직의 실패를 능력 부족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더 위험한 실패는 따로 있다.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가 정상처럼 굳어질 때다. 이때 조직은 당장 망하지는 않는다. 대신 서서히 둔해지고,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으며, 중요한 순간에만 큰 대가를 치른다. 예산 삭감과 추대 문화는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병의 다른 증상이다.
조직이 무너지는 순간은 보통 한 번의 대형 사고가 아니라, 책임을 미루는 작은 습관들이 관성으로 굳어질 때다.
이 글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왜 어떤 조직은 문제를 고치지 못하는가? 그 답은 실력이나 의지보다 먼저, 책임이 어떻게 배분되는지에 있다. 책임이 불분명해지면 예산은 새고, 인사는 굳고, 회의는 형식이 되며, 결국 조직은 살아 있는 척만 한다.
회의에 나오지 않는 사람과, 자리를 미리 정해두는 사람의 공통점
겉으로 보면 출석하지 않는 공무원과 현역의원을 추대하자는 문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하나는 행정의 태만이고, 다른 하나는 정당 내부의 인사 관행이다. 그러나 둘 다 절차를 책임보다 앞세우는 순간 발생한다. 어떤 문제를 직접 설명하고 설득하고 검증해야 하는데, 그 일을 건너뛰고 이미 정해진 결론에 기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행동이 단순한 무책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책임의 분산을 가장한 책임의 소거다. 회의에 불출석하면 내 말과 선택을 검증받지 않아도 된다. 추대 방식이 굳어지면 경쟁과 평가를 피할 수 있다. 둘 다 단기적으로는 편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학습 능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한 회사로 비유해보자. 예산안을 짜는 임원들이 회의에 자주 빠진다면, 숫자는 문서 위에서만 완성된다.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낭비인지, 어떤 사업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반영되지 않는다. 반대로 승진 대상이 늘 사실상 내정되어 있다면, 직원들은 실력을 쌓기보다 줄을 서는 법을 먼저 배운다. 이렇게 되면 조직은 성과를 내는 방식이 아니라, 선택받는 방식을 학습한다.
이 차이는 아주 중요하다. 성과 중심 조직은 질문을 장려한다. 반면 추대와 불출석이 일상인 조직은 질문을 싫어한다. 질문은 검증을 낳고, 검증은 책임을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조직에서는 대체로 가장 중요한 사람이 가장 바쁘거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가장 조용하다. 침묵은 무능의 징후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책임을 피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조직이 썩는 핵심 메커니즘: 책임 없는 영향력
조직이 망가질 때 흔히 나타나는 역설이 있다. 권한은 큰데 책임은 약해지는 것이다. 결정은 누군가가 내리지만, 그 결정이 낳은 결과를 끝까지 설명하는 사람은 없다. 이 상태를 나는 책임 없는 영향력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는 조직 부패의 가장 교묘한 형태다.
책임 없는 영향력은 세 단계를 거쳐 작동한다.
- 절차를 장악한다. 회의, 인사, 심의 같은 형식을 통제한다.
- 경쟁을 약화시킨다. 공개 검증보다 내부 조율과 묵인을 선호한다.
- 결과를 흐린다. 실패했을 때는 개인의 실수, 외부 환경, 불가피한 사정으로 설명한다.
이 구조가 무서운 이유는, 누구도 명백히 범죄자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바쁘고, 모두가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하지만 전체 시스템은 점점 책임을 묻지 않는 방향으로 최적화된다. 결국 예산은 사회적 합의를 반영하는 도구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관계를 유지하는 지렛대가 된다. 인사 역시 공동체의 미래를 고르는 절차가 아니라, 현재 권력의 재생산 장치가 된다.
정치와 행정에서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시민은 무엇을 보게 될까? 겉으로는 공문서와 절차가 늘어나지만, 실제로는 믿음이 사라진다. 사람들은 “누가 결정했는가”보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묻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이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순간부터 조직은 공적 기관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적 네트워크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건강한 조직은 모든 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곳이 아니라, 결정의 대가를 끝까지 감당하는 곳이다.
추대 문화가 위험한 이유: 갈등을 없애는 대신 미래를 없앤다
추대는 종종 효율처럼 포장된다. 경쟁 없이 한 번에 정리되니 분열도 적고, 시간도 아낀다. 하지만 추대가 반복되면 조직은 매우 중요한 능력을 잃는다. 바로 정당한 경쟁을 통해 리더를 검증하는 능력이다.
현역의원을 추대하는 문화가 구태라는 말은 단순히 신선함의 문제가 아니다. 더 깊게 보면, 그것은 조직이 현재의 영향력을 미래의 자격으로 오인하는 습관을 비판하는 것이다. 지금 힘이 있다는 이유로 다음 권력도 자동으로 보장된다면, 조직은 이미 미래를 포기한 셈이다. 경험은 자산일 수 있지만, 검증 없이 면허가 되면 특권이 된다.
이 문제는 학교, 회사, 협회, 종교단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떤 조직에서든 “원래 저 사람이 하기로 돼 있다”는 말이 많아질수록, 시스템은 서서히 경직된다. 처음에는 안정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갈 틈이 줄어든다. 젊은 사람들은 질문 대신 눈치를 배우고, 유능한 사람들은 공정한 경쟁이 없다는 이유로 떠난다. 남는 것은 충성스럽지만 평범한 집단과, 변화에 둔감한 리더십이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은 이것이다. 갈등은 조직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잘 다루면 조직을 갱신한다. 반대로 갈등을 없애려는 과도한 욕구는 조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정체를 보호한다. 공개 경쟁은 불편하다. 그러나 불편함이 없는 시스템은 대개 이미 공정하지 않다.
추대의 가장 큰 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잘못된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는 비용보다, 올바른 사람이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는 비용이다. 조직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더 무서운 것은, 뛰어난 사람들이 “이곳에서는 실력보다 관계가 중요하다”고 결론 내리는 순간부터 이미 쇠퇴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예산과 인사는 결국 같은 문제다: 누가 검증받는가
예산 심의와 인사 절차는 서로 다른 제도처럼 보이지만, 둘 다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누가 검증받고, 누가 책임지는가? 예산은 돈의 배분이 아니라 우선순위의 선언이고, 인사는 사람의 배치가 아니라 미래의 방향 설정이다. 따라서 예산이 삭감되는 조직과 인사가 굳어지는 조직은 같은 오류를 공유한다. 판단이 열린 경쟁과 공개 검증을 거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예산은 거울이고, 인사는 엔진이다. 예산은 조직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고, 인사는 그 중요함을 실제 행동으로 바꾼다. 회의에 불출석하면서 예산을 다루는 사람들은, 사실상 조직의 우선순위를 대충 다룬다. 추대 문화에 익숙한 조직은 인사를 통해 변화의 엔진을 꺼버린다. 둘을 합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문제는 보이지만 고칠 힘이 없는 조직이 된다.
이것을 저는 “검증 회피의 악순환”이라고 부르고 싶다.
- 검증이 약해진다.
- 책임이 흐려진다.
- 관계가 기준을 대신한다.
- 성과가 약해진다.
- 다시 검증을 피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이 악순환은 한 번 시작되면 매우 끈질기다. 왜냐하면 내부 사람들에게는 편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깥에서는 정확히 보인다. 시민은 “왜 돈이 줄었지?”라고 묻고, 구성원은 “왜 늘 같은 사람이 올라가지?”라고 느낀다. 이 두 질문은 사실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검증되지 않은 권력은 결국 정당성을 잃는다.
Key Takeaways
- 절차보다 책임을 먼저 보라. 회의 참석, 공개 경쟁, 심의 과정이 형식적으로 유지되는지보다,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 추대가 많아질수록 질문이 줄어든다. 조직에서 “이미 정해졌다”는 분위기가 강해지면, 학습과 혁신 능력이 빠르게 약해진다.
- 예산 문제는 숫자보다 우선순위의 문제다. 큰 삭감은 단순한 재정 이슈가 아니라, 어떤 결정 구조가 무너졌는지 보여주는 신호다.
- 갈등은 없애야 할 잡음이 아니라, 검증의 연료다. 경쟁과 토론을 피하는 조직은 안정적이기보다 정체되기 쉽다.
- 책임을 묻는 문화를 만들라. 회의에 빠진 사람, 승계를 미리 정하는 관행, 불투명한 결정 과정을 자연스럽게 넘기지 말고 기록하고 질문하라.
끝내는 질문: 당신의 조직은 무엇을 더 두려워하는가
진짜 위험한 조직은 시끄러운 곳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조용한 곳이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고, 아무도 불편한 질문을 하지 않고, 누구나 적당히 동의하는 곳에서는 실수가 늦게 발견된다. 그리고 그때 치르는 비용은 언제나 크다. 예산이든 인사든, 결국 문제는 하나다. 우리가 사람을 뽑는 방식과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책임을 생산하는가 아니면 회피를 생산하는가다.
아마 많은 조직은 스스로를 효율적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로 효율적인 조직은 결정이 빠른 곳이 아니라, 잘못된 결정을 수정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것은 추대를 줄이고, 출석을 의무로 만들고, 질문을 환영하는 문화에서만 가능하다. 결국 조직의 품격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책임을 피해 갈 수 없게 만드는 장치에서 드러난다.
우리가 묻고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히 누가 권력을 잡는가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그 권력은 검증을 견디는가, 아니면 검증을 없애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조직은, 언젠가 예산에서든 인사에서든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늦다.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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