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는 기업은 왜 국내 권력의 호수에서 발목이 잡히는가

porcorosso

Hatched by porcorosso

Aug 2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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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초대받는 기업과 압수수색을 받는 기업

한 나라의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 필요한 것은 좋은 기술과 자본만이 아니다. 때로는 그 기업이 자국의 권력 구조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가 해외 진출의 속도와 방향까지 결정한다. 같은 웹툰과 플랫폼 사업을 하고, 비슷한 규모의 이용자를 확보한 기업들 가운데 누구는 국가 정상의 해외 일정에 동행하고 누구는 명단에서 빠진다. 표면적으로는 사업의 글로벌성이 기준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불편한 질문이 있다.

기업의 세계화는 기업 혼자 만드는 성취인가, 아니면 국가의 제도적 신뢰가 함께 수출되는 과정인가?

이 질문은 특정 기업의 초청 여부나 특정 수사기관의 권한을 넘어선다. 한쪽에서는 검찰이 정치와 경제의 핵심 관문처럼 작동하는 국가 구조가 드러난다. 다른 한쪽에서는 해외 플랫폼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들이 국내 규제기관, 수사기관, 대통령실의 판단과 관계에 따라 보이지 않는 차이를 경험한다.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는 두 현상은 사실 하나의 문제를 공유한다. 국가의 권력이 누구에게 통로를 열고, 누구에게 통로를 닫는가라는 문제다.

우리는 흔히 글로벌 경쟁력을 기술력, 브랜드, 자본 조달 능력의 합으로 계산한다. 그러나 실제 경쟁력에는 또 하나의 요소가 들어간다. 바로 제도적 예측 가능성이다. 어느 날 갑자기 수사 대상이 될지, 동일한 행위가 기업마다 다르게 해석될지, 정부와의 관계가 사업 기회의 자격증처럼 작동할지 예측할 수 없다면, 기업은 해외에서 싸우기도 전에 국내에서 에너지를 소진한다.

기업이 국경을 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언제나 해외의 경쟁자가 아니다. 때로는 자국에서 작동하는 불투명한 권력의 통로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가리키는 것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은 단순히 검찰이 강하다는 뜻이 아니다. 핵심은 한 기관이 수사, 기소, 정보, 정치적 해석을 연결하는 단일한 관문이 되는 현상에 있다. 관문을 통과해야만 정상적인 시민이나 기업으로 인정받는 사회에서는 법의 문언보다 관문을 관리하는 사람의 판단이 더 큰 힘을 갖는다.

이 구조를 호수에 비유해 보자. 호수 안에 괴물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하자. 사람들은 괴물의 실체를 놓고 논쟁한다. 실제로 존재하는가, 누군가 과장했는가, 목격담은 조작되었는가.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괴물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 왜 모두가 호수 주변에서만 괴물을 논해야 하는가다. 호수가 너무 크고 깊으며 접근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괴물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 그 결과 호수의 관리자가 정보와 공포를 동시에 통제하게 된다.

검찰 권력이 비대해졌다는 비판도 이와 비슷하다. 개별 검사의 선의나 악의를 판별하는 일만으로는 구조를 설명할 수 없다. 진짜 문제는 수사권과 기소권, 인사권과 정치적 영향력이 한 체계 안에서 맞물릴 때 생긴다. 그 체계에서는 법적 판단이 끝나지 않은 사건도 이미 사회적 처벌처럼 작동한다. 압수수색 자체가 기업의 평판과 주가, 인재 확보, 해외 파트너십에 영향을 미친다. 무혐의나 무죄가 나중에 선언되더라도, 사라진 기회와 훼손된 신뢰는 복원되지 않는다.

여기서 법치의 중요한 비대칭이 생긴다. 국가는 기업을 조사할 수 있지만, 기업은 국가의 판단 과정에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없다. 국가는 수사를 시작하는 순간 강력한 신호를 보내지만, 기업은 그 신호가 부당했다고 판단해도 즉시 같은 규모의 반론을 전달할 수 없다. 이 비대칭이 반복되면 법은 규칙이 아니라 위험을 배분하는 권력의 기술이 된다.

물론 기업이 의혹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세조종이나 독점, 소비자 피해가 있다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공정한 제도는 수사를 하지 않는 제도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으로 작동하고 수사의 개시와 종료가 예측 가능한 제도다. 법 집행의 엄정함과 권력의 자의성은 전혀 다른 것이다.

해외 진출의 숨은 자격 조건, 국내 신뢰

국가 정상의 해외 일정에 동행하는 기업의 명단은 상징적인 장면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명단은 실제로 기업의 글로벌 역량을 재분류하는 효과를 낸다. 해외 정부와 기업은 동행 기업을 국가가 신뢰하는 대표 선수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현지 파트너를 만날 기회가 늘고, 정책 정보를 먼저 얻으며, 투자자에게도 안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기회의 분배가 오직 해외 사업의 규모와 가능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웹툰과 콘텐츠처럼 국경을 넘을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 있더라도, 국내에서 규제 당국과 심각한 충돌을 겪었거나 수사기관의 압박을 받고 있다면 국가 대표성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는 공식적인 처벌과 다르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니고, 사업 허가가 취소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비공식적 배제가 발생한다.

비공식적 배제는 현대 경제에서 특히 강력하다. 과거에는 정부가 기업에 명시적으로 금지 명령을 내려야 시장 접근을 차단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초청하지 않으면 되고, 협의체에서 제외하면 되며, 정책 설명회에 부르지 않으면 된다. 중요한 정보와 관계가 흐르는 네트워크에서 한 발짝 바깥에 세우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기회 비용은 커진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은 두 종류의 경쟁을 동시에 해야 한다. 하나는 소비자와 경쟁자를 상대로 하는 시장 경쟁이다. 다른 하나는 국가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관계 경쟁이다. 문제는 두 번째 경쟁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기업은 기술이 뛰어나서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규제기관과의 마찰을 관리하는 데 성공해서 앞서갈 수 있다. 어떤 기업은 법적 위반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정치적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뒤처질 수 있다.

이때 기업의 전략은 이상하게 변한다. 고객 만족과 제품 혁신보다 규제기관의 기분을 읽는 일이 중요해진다. 공개적인 비판보다 침묵이 안전해지고, 장기 투자를 위한 불확실성 관리보다 권력자와의 접촉이 단기 생존 수단이 된다. 결국 시장은 혁신적인 기업을 보상하는 장이 아니라 관문에 가까운 기업을 보상하는 장으로 바뀐다.

이것은 개별 기업에만 손해가 아니다. 글로벌 플랫폼 산업은 규모와 속도가 중요한 분야다. 웹툰, 영상, 결제, 인공지능 서비스는 국내에서 완성한 뒤 천천히 해외로 나가는 산업이 아니라, 초기부터 세계 시장을 상정해야 하는 산업이다. 국내 제도가 기업의 발목을 잡으면 기업은 해외 경쟁사보다 느려지고, 투자자는 한국의 제도 자체를 위험 요인으로 계산한다. 국가가 기업을 대표해 해외에 나가는 순간, 국내 제도의 신뢰도 함께 수출되는 이유다.

권력의 집중은 경제의 병목이 된다

여기서 두 현상을 연결하는 핵심 개념은 병목 권력이다. 병목은 전체 흐름을 통제하는 좁은 지점이다. 고속도로가 아무리 넓어도 다리가 하나뿐이면, 다리 관리자가 교통 전체를 좌우한다. 인터넷 플랫폼의 운영체계, 결제망, 물류센터도 병목이 될 수 있다. 정치와 행정에서 수사와 기소가 하나의 권력 사슬에 집중되면, 그 역시 사회적 병목이 된다.

병목 권력은 평소에는 효율적으로 보인다. 결정이 빠르고, 책임 소재가 명확하며, 복잡한 절차를 줄여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목이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면 사회 전체가 함께 멈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병목을 통과하기 위해 사람들이 규칙이 아니라 관리자의 선호를 학습한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명확한 금지다. 금지에는 대응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중단하거나, 법을 바꾸거나, 다른 시장을 찾을 수 있다. 더 위험한 것은 경계가 계속 움직이는 불확실성이다. 같은 행위가 어떤 때는 혁신으로 불리고 어떤 때는 범죄 의혹으로 불린다면, 기업은 법을 지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 법을 지키는 동시에 권력의 해석을 예측해야 한다.

이런 체계는 자기 강화적이다. 권력이 집중될수록 기업과 시민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권력자와 가까워지려 한다. 권력자는 그 의존을 근거로 더 많은 정보와 영향력을 얻는다.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은 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고, 핵심부에 있는 사람들은 관계가 곧 현실이라고 믿는다. 그 결과 공식 제도와 실제 제도 사이에 틈이 생긴다.

공식 제도는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고 말한다. 실제 제도는 누가 먼저 연락을 받는지, 누가 수사 전에 설명할 기회를 얻는지, 누가 국가 대표단에 포함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 틈이 커질수록 국가의 권위는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해진다. 사람들은 법을 존중해서가 아니라 불이익이 두려워서 따르게 되고, 기업은 혁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안전을 위해 권력에 적응한다.

권력이 기업을 통제하는 사회의 최종 비용은 처벌받은 기업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지 않게 된 모든 기업이 지불한다.

호수의 물을 말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검찰이라는 거대한 호수의 물을 말린다는 비유를 제도적으로 해석하면, 특정 인물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 된다. 물을 말린다는 것은 권력이 한곳에 고이는 구조를 해체하고, 판단의 과정을 여러 기관과 공개된 절차로 분산하는 일이다.

첫째, 수사와 기소의 역할을 분리해야 한다. 하나의 기관이 사건을 찾아내고, 강제 수사를 진행하며, 기소 여부까지 결정하면 내부의 판단이 외부에서 검증되기 어렵다. 기관을 나누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한 번의 판단이 곧바로 국가의 최종 판단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둘째, 수사 개시의 기준과 기간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은 단순한 자료 수집이 아니다. 시장은 이를 유죄에 가까운 신호로 읽는다. 따라서 수사 필요성, 범위, 기간, 정보 공개의 원칙이 명확해야 한다.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독립적인 재검토 절차를 두고, 무혐의로 끝난 사건에 대해서는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설명 책임도 필요하다.

셋째, 정부의 해외 경제 사절단 선정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글로벌 매출, 해외 이용자, 현지 투자, 기술 경쟁력 같은 지표가 있다면 명시하면 된다. 모든 기업을 매번 포함하라는 뜻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초청받지 못한 기업도 왜 제외되었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성의 기준이 불투명하면 해외 사절단은 경제 정책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충성도 평가처럼 인식된다.

넷째, 기업도 제도적 위험을 재무 위험처럼 관리해야 한다. 많은 기업은 규제 리스크를 법무팀의 문제로 축소한다. 그러나 수사의 예측 가능성, 정부와의 관계,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설명 가능성은 이제 이사회가 직접 관리해야 하는 경영 변수다. 특정 기관과의 비공식 관계에 의존하는 전략은 단기적으로 편할 수 있지만, 정권과 인사가 바뀌는 순간 가장 큰 취약점이 된다.

시민과 투자자에게도 역할이 있다. 특정 기업이 초청되었는지, 특정 기업이 수사를 받았는지를 보고 즉시 애국 기업이나 범죄 기업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더 구조적이어야 한다. 기준은 공개되어 있는가. 같은 사안에 같은 잣대가 적용되는가. 수사의 개시와 결론 사이에 독립적인 검증이 있었는가. 이런 질문이 쌓일 때 권력은 개인의 호의가 아니라 절차에 의해 제한된다.

Key Takeaways

  • 글로벌 경쟁력을 기술력만으로 평가하지 말라. 제도적 예측 가능성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도 기업의 해외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자산이다.
  • 수사와 유죄를 구분하라. 수사 개시는 공익을 위한 절차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유죄의 증거는 아니다. 동시에 수사가 기업의 평판과 사업에 미치는 현실적 비용도 제도 설계에서 고려해야 한다.
  • 비공식적 배제를 공식적인 기준으로 바꾸라. 해외 경제 사절단, 정책 협의체, 공공 지원 사업의 선정 기준은 공개되고 검증 가능해야 한다.
  • 병목 권력을 찾아 분산하라. 한 기관이 조사, 판단, 처벌, 정보 공개를 동시에 통제하는 영역이 어디인지 조직과 사회 차원에서 점검하라.
  • 기업은 관계가 아니라 회복 가능한 제도에 투자하라. 특정 권력자와의 친밀함보다 투명한 준법 체계, 독립적인 이사회, 공개적인 정책 소통이 장기적으로 더 강한 방어막이 된다.

국가의 대표 선수는 누구인가

국가가 기업을 해외에 데려가는 장면은 국가와 시장이 협력하는 아름다운 이미지처럼 보인다. 실제로 정부가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일은 필요하다. 문제는 국가가 대표 선수를 고르는 기준이 국가의 필요와 권력의 필요 사이에서 흔들릴 때 시작된다.

국가는 기업의 가장 큰 고객도, 가장 큰 투자자도 아니다. 그러나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거대한 심판이다. 심판이 특정 선수를 좋아한다는 인상을 주면 경기의 결과와 무관하게 모든 판정이 의심받는다. 더 나아가 선수들은 실력 향상보다 심판에게 잘 보이는 법을 먼저 배운다.

좋은 국가는 기업을 보호하되, 기업이 국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경쟁하도록 만든다. 강한 수사기관은 필요하지만, 강한 수사기관이 강한 국가와 같은 뜻은 아니다. 진짜 강한 국가는 누구를 수사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라, 자신의 수사 권력도 공개된 규칙과 독립적 검증 아래 둘 수 있는 국가다.

결국 질문은 특정 기업이 왜 초대받았고 다른 기업이 왜 빠졌는지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세계 시장에서 가장 실력 있는 기업을 내보내고 있는가, 아니면 국내 권력의 호수를 무사히 건넌 기업을 내보내고 있는가.

호수의 괴물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괴물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물이 고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권력이 흐르고, 기준이 공개되며, 누구도 하나의 관문 앞에서 국가 전체를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만 기업의 세계화는 온전히 기업의 실력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때 비로소 국가의 대표 선수는 권력에 가까운 기업이 아니라, 세계 시민에게 가장 유용한 기업이 된다.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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