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방향을 고르는 능력이다

goodteacher1

Hatched by goodteacher1

Aug 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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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많이 만드는 사람보다,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는 사람

창의적인 사람은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일까?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이미 대부분의 인간보다 창의적이어야 한다. 몇 초 만에 수십 개의 제목을 만들고, 수백 가지 해결책을 제안하며, 서로 멀리 떨어진 개념을 그럴듯하게 결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중요한 질문 앞에서 인간의 판단을 필요로 한다. 어떤 아이디어를 선택해야 하는가? 그 선택은 누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지금 효율적인 해결책이 몇 년 뒤에도 옳은가?

이 질문은 창의성에 관한 통념을 뒤집는다. 창의성은 새로운 생각을 많이 떠올리는 능력만이 아니다. 가능성을 넓히는 능력과 그 가능성에 책임 있게 방향을 부여하는 능력의 결합이다. 전자는 확산적 사고이고, 후자는 수렴적 사고다. 그런데 이 둘을 단순히 아이디어 생성 단계와 선택 단계로 나누면 중요한 사실을 놓치게 된다. 수렴은 아이디어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에서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 흔히 기술 훈련처럼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브레인스토밍, 마인드맵, 평가행렬 같은 도구를 익히면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도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누구의 관점에서 문제를 정의할 것인지, 해결책의 부작용을 어디까지 고려할 것인지가 함께 다뤄져야 한다.

창의성의 진짜 시험은 새로운 답을 내는 순간이 아니라, 어떤 답을 세상에 내놓을지 결정하는 순간 시작된다.

지식은 창의성의 연료이자 감옥이다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려면 지식이 필요하다. 자전거의 구조를 모르는 사람은 자전거를 더 안전하게 바꾸기 어렵고, 기후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탄소 배출 문제의 해결책을 구체화하기 어렵다. 전문 지식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게 하고, 보이지 않던 제약 조건을 드러내며, 막연한 상상을 실행 가능한 설계로 바꾼다.

그러나 지식은 동시에 사고를 고정할 수 있다. 어떤 분야에서 오랫동안 성공해 온 사람일수록 문제를 익숙한 분류와 언어로 해석하기 쉽다. 병원 운영자는 대기 시간을 줄이는 문제를 인력 배치와 예약 시스템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반면 환자는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불안해지는 경험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같은 현상을 두고도 전문성은 한쪽에서는 정밀한 시야가 되고, 다른 쪽에서는 주변을 보지 못하게 하는 터널이 된다.

이를 지식의 양면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지식이 부족하면 아이디어가 공허해지고, 지식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아이디어가 낡아진다. 따라서 창의적 학습은 지식을 버리는 훈련이 아니라, 지식을 한 번은 깊이 배우고 다시 낯선 관점에서 재배열하는 훈련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의 급식 잔반 문제를 생각해 보자. 영양학을 배운 학생은 식단의 영양 균형을 분석할 수 있고, 경제를 배운 학생은 비용을 계산할 수 있으며, 환경을 배운 학생은 음식물 폐기물의 탄소 배출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를 재구성하지 않으면 해결책은 잔반을 줄이라는 캠페인에 머물 수 있다. 학생들이 식당 동선을 관찰하고, 배식량을 선택하게 하며, 메뉴에 대한 피드백을 수집한다면 문제는 음식의 양이 아니라 선택권, 정보, 시간, 식사 문화의 문제로 다시 보인다.

이 사례에서 확산적 사고는 여러 해결책을 만드는 능력이다. 수렴적 사고는 가장 싼 방안을 고르는 계산이 아니다. 학생들의 건강, 선택의 자유, 조리 노동자의 부담, 환경적 효과를 함께 비교하면서 무엇을 좋은 해결책으로 볼지 합의하는 과정이다. 곧 수렴적 사고는 가치 판단을 숨기지 않고 표면으로 끌어내는 민주적 사고이기도 하다.

아이디어의 양 끝에서 딜레마를 다루는 법

현실의 문제는 정답형 문제가 아니라 딜레마형 문제다. 개발과 보존,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안전, 빠른 혁신과 신중한 검증, 나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가 서로 충돌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찬성과 반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수렴이 아니다. 그것은 복잡성을 삭제하는 일에 가깝다.

여기서 확산과 수렴의 관계를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 확산적 사고는 선택지를 넓히는 과정인 동시에 이해관계자의 수를 늘리는 과정이어야 한다. 내 아이디어가 얼마나 참신한지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지 묻는 것이다. 수렴적 사고는 그 많은 관점을 하나의 답으로 압축하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 충돌하는 가치 사이에서 감당할 수 있는 긴장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한 지역의 학교가 폭염을 줄이기 위해 운동장 일부를 주차장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하자. 차량을 이용하는 교직원에게는 편리하고, 예산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의 놀이 공간이 줄고, 아스팔트가 열을 더 오래 저장하며, 학교가 지역의 녹지 역할을 포기하게 될 수 있다. 확산적 사고는 주차장 확대와 녹지 보존을 양자택일로 두지 않는다. 옥상 주차, 인근 공공주차장과의 협약, 시간대별 공유, 나무 그늘이 있는 투수성 포장, 통학 방식의 변화까지 문제의 공간을 넓힌다.

그다음 수렴은 평가표에 점수를 매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각 대안이 단기적으로 누구에게 편리한지, 장기적으로 어떤 비용을 남기는지, 발언권이 적은 사람에게 어떤 부담을 주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 과정에는 공감과 존중이 필요하다. 공감은 모든 의견에 동의하는 태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왜 그렇게 판단하는지 이해하려는 능력이다. 존중은 결론을 유보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의 비용을 특정 집단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지 않으려는 태도다.

이런 관점에서 창의성은 개인의 머릿속 능력만이 아니다. 다른 관점을 충돌시키되, 충돌을 파괴가 아니라 설계의 재료로 사용하는 집단적 역량이다. 새로운 가치는 혼자 떠올린 기발한 생각에서 생기기도 하지만, 서로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요구를 더 나은 형태로 조합할 때 더욱 자주 탄생한다.

성찰에서 행동까지, 창의성을 나침반으로 바꾸기

좋은 아이디어가 곧 좋은 행동은 아니다.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먼저 질문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모르는가? 이 선택은 어떤 미래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가? 그 결과를 누가 감당하게 되는가? 이런 질문은 창의성을 도덕적 설교로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오래 작동하게 만드는 검증 장치다.

변혁적 역량은 이 과정을 성찰, 예견, 행동의 순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성찰은 단순히 자기 생각을 돌아보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가정과 편견을 점검하고, 여러 대안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일이다. 예견은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능력이 아니다. 선택의 결과를 여러 시간 범위와 관점에서 상상하는 능력이다. 행동은 계획을 실행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현실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이 구조는 창의적 문제해결의 과정과 정확히 만난다. 문제를 이해할 때 성찰이 필요하고, 아이디어를 만들 때 확산이 필요하며, 대안을 선택할 때 수렴이 필요하다. 실행 이후에는 다시 성찰이 필요하다. 따라서 창의성은 직선이 아니라 순환이다.

이를 나침반형 창의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지도는 현재 지형을 자세히 보여 주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나침반은 목적지를 자동으로 정해 주지 않지만, 방향을 잃지 않게 한다. 지식은 지도이고, 확산적 사고는 여러 경로를 그리는 능력이며, 수렴적 사고는 현재의 가치와 미래의 결과를 고려해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이다. 책임감은 선택한 방향으로 실제로 걸어간 뒤, 지형이 예상과 달랐을 때 경로를 고치는 태도다.

예컨대 학생들이 인공지능으로 만든 가짜 건강 정보를 분석한다고 해 보자. 단순한 수업이라면 사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데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변혁적 학습은 질문을 더 넓힌다. 왜 사람들은 그 정보를 믿는가? 누가 이익을 얻는가? 정보의 확산을 막는 방식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은 없는가? 플랫폼, 이용자, 학교, 정부는 각각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학생들은 여러 대응책을 제안할 수 있다. 게시물 삭제, 출처 표시, 미디어 교육, 전문가 검증, 알고리즘 공개, 이용자 신고 제도 등이 그것이다. 이후 각 대안의 효과와 부작용을 비교하고, 실제 학교 공동체에서 작은 실험을 실행한다. 한 달 뒤 신고 제도를 운영해 본 결과 특정 학생들의 의견만 과도하게 삭제되었다면, 그 결과를 다시 성찰하고 규칙을 수정한다. 이때 학생은 지식을 재생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시험하고 조정하는 시민이 된다.

교육은 미래 시민을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현재를 연습하는 곳이다

이 관점에서 학생을 미래의 시민으로만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학생은 언젠가 시민이 될 존재가 아니라 이미 자신의 세계와 판단, 관계를 가진 현재의 시민이다. 그렇다면 교육은 훗날 사회에 참여할 준비를 시키는 장소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공적인 문제를 함께 다루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물론 현실의 사회문제를 교실에 가져온다고 해서 변혁적 역량이 저절로 자라나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학생마다 지식과 경험, 가정의 사회적 자원이 다르다. 충분한 배경 지식이 있는 학생은 토론을 주도하지만,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학생은 침묵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는 단순한 진행자가 아니라 지식의 격차를 줄이고, 문제를 학습 가능한 수준으로 재구성하며, 토론과 행동의 각 단계에 피드백을 제공하는 설계자여야 한다.

좋은 프로젝트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학생들이 실제로 영향을 받는 문제여야 한다. 둘째,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복수의 이해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셋째, 조사와 토론을 넘어 작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넷째, 행동의 결과를 다시 분석하고 개선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의 디지털 시민성 프로젝트는 온라인 예절을 암기하는 수업이 될 필요가 없다. 학생들이 학교 커뮤니티의 혐오 표현과 익명성 문제를 조사하고, 다양한 당사자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표현의 자유와 안전 사이의 원칙을 토론할 수 있다. 그 후 공동체 규칙을 직접 제안하고 일정 기간 적용한 뒤, 규칙이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를 침묵시켰는지 평가할 수 있다. 여기서 책임감은 처벌을 잘 받는 태도가 아니다. 자신의 선택이 다른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고, 필요하면 자신의 선택을 고치는 능력이다.

이런 교육은 시험에서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기 쉽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성이 커질수록 정해진 절차를 빠르게 수행하는 능력보다,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상충하는 가치를 조정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인공지능이 가능한 답을 늘려 줄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답의 생산이 아니라 답의 방향 설정이다.

Key Takeaways

  1. 아이디어를 만들기 전에 문제의 경계를 넓혀라. 문제를 누가 경험하는지,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자는 누구인지 먼저 적어 본다.
  2. 지식을 깊이 배운 뒤 일부러 낯설게 보라. 자신의 전문 분야가 문제를 설명하지 못하는 지점을 찾고, 다른 분야의 언어로 다시 정의한다.
  3. 수렴을 점수 계산으로 축소하지 말라. 비용과 효율뿐 아니라 공정성, 장기적 결과, 소수자의 부담을 함께 평가한다.
  4. 성찰, 예견, 행동을 한 번의 순서가 아니라 반복되는 고리로 사용하라. 실행 뒤 예상과 실제의 차이를 기록하고 다음 선택을 수정한다.
  5. 작은 공적 실험을 설계하라. 거대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학교, 조직, 지역에서 시험할 수 있는 행동을 정하고 결과를 공동으로 검토한다.

결국 창의적인 사람은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누가 참여하지 못했는지 살피고,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결과를 상상하며, 선택한 방향의 책임을 받아들인다. 확산적 사고만 있으면 우리는 가능성의 숲에서 길을 잃고, 수렴적 사고만 있으면 이미 아는 길만 반복한다. 두 사고가 책임감과 만날 때 비로소 창의성은 개인의 재능을 넘어 공동체의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된다.

어쩌면 교육이 길러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정답을 찾는 능력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 많은 답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어떤 답을 함께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일 것이다.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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